“달이 떠오르는 어스름한 하늘 아래에서, 정령의 이름을 가진 소녀는 가장 사랑하는 왕이 바치는 맹세를 들었다.”
아데니움은 축제 준비를 하며 예상되는 여러 의외의 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신변의 보장을 위해 왕좌의 옆에서 내빈들을 알현하게 된 지현은 온몸을 치장하고 무대의 중심이 된다. 그녀의 ‘출신’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눌러 앉힐 만한 적절한 이유는 왕의 목숨을 구해준 자라는 것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지현은 샤르티라는 이름을 왕에게 하사 받는다. 그녀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달’의 정령 샤하르는 오로지 아데니움의 왕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몇 겁의 세월을 환생해서라도 옛 태양의 호위를 받던 나슈림을 환생시켜 그를 지키기를 바란다. 지현의 몸속에는 이렇듯 샤하르가 동거 중이다.
본능적이었을까, 아니면 샤하르의 조종이었을까. 지현은 금갈색 눈을 가진 아데니움의 왕 아하트에게 빠져들고, 아하트 역시 그녀를 소중히 여긴다. 아하트에 대한 마음이 샤하르에 의해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지현의 모든 신경은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몸을 돌리듯, 아하트에게 열려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현을 노리는 무리들은 그녀가 ‘달’의 정령 샤하르와 한 몸에 있다는 것을 아는 자들. ‘악마소환’이라는 거대한 일까지 벌인 술사와 그 뒤에 꼬리를 무는 배후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데니움은 큰 피해를 입고, 지현은 이들의 가장 중심 배후에 있던 성도 자나파의 사라트라는 망령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사라트는 아쥬라의 무녀, 쟈니스를 아데니움으로 보내 역할을 수행하게 했으니, 쟈니스가 사라진 아쥬라는 애타게 그녀를 찾을 수밖에. 그렇게 해서 사라트에게 던진 거래는 쟈니스를 돌려놓는 대신 지현=샤하르를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몸까지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지현은 오로지 아하트를 불렀다. 아하트는 불어 닥칠 결계와 경계, 장애를 넘어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녀의 생명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내 그들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미 소설의 원문 속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해난
언제나 생각만 많아 행동에 옮길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격.
신화나 전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며
관심이 가는 것은 몇 번이고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매번 '정말 이래도 좋았는지' 고민하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노력 중.
실패에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다음에는 더 나아져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