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람이, 자네는 동정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늘 내게 내어주는 거는 어떻겠소?”
갑자기 사내가 내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었다.
대뜸 편한 벗을 대하듯 이름을 부른 것도 모자라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입이 벌어져서 가만히 있자 그가 점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인 분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세상에! 그냥 양반이 아니라 임금님이라니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운명을 바꿀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