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 창비세계문학 Libro 18 · Chang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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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꼬프 사후 50년 뒤 복권된 최고의 문제작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미하일 아파나시예비치 불가꼬프의 소설 『개의 심장』이 창비세계문학 18번으로 출간됐다. 불가꼬프는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다른 작가들과 특별히 구분되는 ‘불가꼬프적’ 특성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는데, 『개의 심장』은 『악마의 서사시』 『운명의 알』과 함께 이러한 ‘불가꼬프적’ 문학 유산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소설이다.


인간의 뇌하수체와 생식기관을 이식받고 인간이 된 개-샤리끄의 이야기를 그린 『개의 심장』은 쏘비에뜨의 새로운 인간 창조 이데올로기를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으로, 대부분의 불가꼬프 작품이 1960년대 작가의 복권과 함께 출판된 것과 달리, 작가 사망 50여년이 지난 후인 1987년에야 잡지 『즈나먀』를 통해 처음으로 발표된 문제작이다.



반유토피아를 그린 SF환상소설


반유토피아적 주제 속에 사실성과 환상성의 결합, 정신계와 비정신계의 대조, 교훈성을 담고 있는 『개의 심장』은 러시아혁명과 끼예프 내전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 혼란 속에서 볼셰비끼 혁명 이데올로기가 강요되던 시기인 1920년대에 집필되었다. 또한 소설의 주요 소재인 생식기관의 이식이나, 유전학적인 방법으로 인간 본성을 교정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우생학에 대한 논의는 당시 모스끄바에서 유행하던 화제였다.


작가 이전에 의사 출신인 불가꼬프는 당시 유행하던 과학 기술이 가져오는 놀라운 가능성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관심은 『개의 심장』에서 주인공 쁘레오브라젠스끼 교수가 인간의 뇌하수체와 정자분비관의 이식을 통해 ‘개-샤리끄’를 ‘인간-샤리꼬프’로 변형시키는 수술로 나타난다. 이 이야기가 상당히 그로떼스끄함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그것이 과장되거나 환상적이라고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불가꼬프적인 그로떼스끄 서술기법의 특징인 ‘신빙성’에 의해 과장성이나 환상성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스딸린 체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비판


“대체 그가 누군가? 바로 끌림, 끌림이지. 끌림 추구노프. (…) 자, 보게. 두번의 유죄판결, 알코올 중독, ‘평등 분배’ 그리고 털모자와 20루블이 사라졌네. (…) 인간쓰레기에다 돼지……” (173면)



본래 개 사리끄에게 이식된 뇌하수체는 스딸린을 연상케 하는 이름의 프롤레따리아 출신 ‘끌림 추군낀’(‘추군’은 강철이란 뜻. 같은 뜻으로 ‘스딸리’라는 단어가 있다)의 것으로, 개-인간 샤리꼬프의 외모 또한 스딸린과 매우 비슷하게 묘사되고 있다.


“끔찍한 것은 그가 이미 개가 아닌 인간의 심장을 가졌다는 사실이네. 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추악한 심장을 말이야!” (176면)



체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인해 이 작품은 “쏘비에뜨 현실에 대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불가꼬프는 국가보안국의 가택수색으로 『개의 심장』 원고와 일기를 압수당하고 심문을 받기도 했다.


작품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의적으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요. 현제도에 반대되는 정치적인 요소들도 있습니다. ―불가꼬프의 국가보안국 신문답변에서




비합리적?폭력적?강압적인 볼셰비끼 혁명의 은유, 『개의 심장』


『개의 심장』의 주인공인 쁘레오브라젠스끼 교수는 쏘비에뜨 정권의 비합리적이고 무자비한 혁명을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그래요, 난 프롤레따리아를 좋아하지 않소.” (54면)




“붕괴는 화장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머릿속에 있는 것이지. 요컨대 이 바리톤의 목소리들이 ‘붕괴를 때려부숴라!’ 하고 외치고 다닐 때 난 그저 웃을 뿐이네. (…) 자네에게 맹세컨대, 내겐 우스울 따름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 각자가 먼저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쳐야 한다는 것일세! 그래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모든 착각들을 떨쳐내고 원래 자신의 일로 되돌아가 헛간 청소부터 하게 된다면 붕괴는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 (…) 반혁명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어. 게다가 나는 이 단어를 정말 참을 수가 없네. 사람들은 이 단어 속에 숨겨진 뜻이 뭔지 절대로 알지 못해. 빌어먹을! 그래서 내가 얘기하네. 내 말 속에 반혁명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상식과 삶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말이야.” (65~67면)



작품 내에서 볼셰비끼 정부의 강제적인 소유권 침해와 인간의 개성과 인격을 거부하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폭력으로 다스리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교수와 그의 조수 보르멘딸리의 대칭적 위치에는 프롤레따리아 출신의 주택관리위원회 위원장 시본제르와 개-인간 샤리꼬프가 존재한다. ‘복사기’라는 뜻의 샤리꼬프의 이름 ‘뽈리그라프’에서 알 수 있듯이, 샤리꼬프는 시본제르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하수인이자 그의 기계적 복사판이다. (“시본제르의 작품이군!”(160면)) 샤리꼬프는 시본제르뿐만 아니라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서도 통제와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누군가에게 항상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는 ‘쏘비에뜨적 충견’의 인간형을 연상시킨다.



“시본제르가 가장 멍청한 놈이지. 그자는 샤리꼬프가 나보다 자신에게 훨씬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모르고 있어. 지금은 날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에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샤리꼬프를 선동하고 있지만, 만약 누군가가 거꾸로 그쪽에서 시본제르를 잡기 위해 샤리꼬프를 선동한다면 아무것도 남아나는 게 없으리란 걸 생각도 못하면서 말이야.” (175면)




쁘레오브라젠스끼 교수는 인간 본성을 교정하기 위하여 ‘실험실 인간’인 샤리꼬프를 창조하였으나, 그것은 ‘창조’가 아니라 ‘왜곡된 변형물’인 ‘개-인간’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는 중대한 실수였음을 곧바로 직시한다.




“물론, 스피노자의 뇌하수체든 다른 어떤 도깨비의 뇌하수체든 접목을 시켜서 개를 아주 고상한 존재로 만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라는 문제가 있네. (…) 인류 스스로가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또한 매년 진화론적인 질서 속에서, 온갖 쓸모없는 대중들과는 별개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수많은 뛰어난 천재들을 끊임없이 창조해내고 있네. (…) 그런데 그것 대신에 도대체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는가? (…) 지금 내 앞에는 암울한 절망만이 있을 뿐이네.” (172~174면)




여기서 작가는 자연의 질서체계를 거스르는 인위적인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러시아 혁명과 동일시하고 있다. 즉 쏘비에뜨 사회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개혁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뿐,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교수의 수술을 통해 보여준다.




러시아에서 혁명은 사회와 국민의 자연스러운 사회-경제적이고 종교적인 발달의 결과가 아닌 너무 빠르고 인공적으로 마련된 범죄 실험이다. ―미하일 불가꼬프



따라서 작가는 진정한 ‘변화’란 일련의 과정을 무시해버리는 혁명적 방법이 아니라 자연의 진화와 같은 점진적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Changbi Publishers

Acerca del autor

1891년 끼예프에서 태어났다. 1916년에 끼예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우끄라이나와 러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의사로 일했다. 러시아 혁명 후 불가꼬프는 볼셰비끼와 백위군 사이의 내전에 휘말리게 되고, 이때의 경험을 그후 창작의 소재로 삼았다. 1924~25년에 중편소설 『악마의 서사시』 『운명의 알』 첫 장편소설 『백위군』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1926년 『개의 심장』 『뚜르빈가의 나날』 『조야의 아파트』 등을 무대에 올리면서 불온한 사상을 이유로 반쏘비에뜨 작가로 비판받았으며, 국가보안국의 가택수색으로 『개의 심장』 원고와 일기를 압수당하고 심문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28년 말에 이루어진 쏘비에뜨 극장 검열과 창작의 문제를 다룬 희곡 『적자색 섬』의 공연 이후 모든 희곡이 상연 금지를 당했다. 당시 집필 중이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초고를 태워버린 이후, 계속되는 검열과 불운한 날들 속에서 1940년 사망할 때까지 단 한편의 작품도 출판하지 못했다. 작품으로 죽는 날까지 고쳐 쓴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따』 외에 『개의 심장』 『악마의 서사시』, 희곡 『조야의 아파트』 『뚜르빈가의 나날』 『질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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