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너무 음란해서 좋은 남자, 한지환. ‘난 정부는 안 해. 조연은 딱 질색이야!’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충실한 건 세상엔 없는 일이다. 눈치 보지 않고 공식적인 파트너와 섹스할 수 있다는 이점 말고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관계 아니던가. 나도 돈은 많아. 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심장이 뜨겁지도 않지. 결혼? 그거 해서 뭐 하려고? 그런데 그 공식적인 파트너가 없으니 섹스를 마음대로 못 해 보고 늙는 건 서럽잖아? 해 보니 꽤 좋던데. 꽤 괜찮은 남자와 꽤 괜찮은 섹스를 할 수 있다는데 거절할 게 뭐야? “나도 누군가를 좋아할 마음 따위 없어요. 사랑 따윈 더더욱 싫고요. 그런데 당신이랑 하는 섹스는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당신 조건 거절할 마음 없어요. 받아들이죠.” 불꽃같아 감당이 안 되는 여자, 민명진. ‘넌, 진짜 못됐고, 진짜 제멋대로고, 진짜…… 예뻐.’ “나랑 잘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소를 망각한 채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려 올라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민명진을 탐하는 남자로서의 자부심, 수컷의 오만함에 그의 고개가 한껏 뒤로 젖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