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믿기 힘든 능력에 산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약초를 캐러 산을 돌아다니는 나를 눈여겨보던 구미호였다.
기겁해서 도망치려는데 절벽에 매달린 나를 구해준 그는 엄청난 얘기를 하는데….
“당연히 도해, 너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내가 너를 지켜주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더욱 또렷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린 뒤에야 눈을 떴다.
“정말 선비님이네요. 지금 제가 또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까?”
“꿈이건 아니건 뭐가 중요하겠느냐? 오늘 밤하늘에 보름달이 걸린 게 중요하지.”
그가 싱긋 웃더니 갓을 벗어서 옆에 내려놓았다.
곧 두루마기도 벗은 그가 살며시 내게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벌려서 숨결을 불어넣자 신기하게 몸이 가벼워졌다.
펄펄 끓는 온돌방에 갇힌 것처럼 몸이 타들어 가는 줄 알았는데 이상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열기를 식혀주는가 싶더니, 따뜻한 기운이 아랫도리를 감싸고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