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알몸으로 서로의 아랫도리를 결합한 채 누나와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쪽은 오히려 누나 같았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니?” 뒤처리를 끝내고 난 뒤 누나가 서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궁금해. 왜 그런 건지?” “네 아버지가 날 강간했어. 그리고 그 사실은 네 엄마도 알아.” 순간 나는 무엇에 세차게 두드려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무, 무슨 소리야? 농담치곤 너무 지나치잖아!” “내가 이 상황에서 왜 농담을 하겠어? 날 대하는 어른들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니?” “그, 그건…” “느낌이 어때? 네 아버지랑 구멍 동서가 된 지금의 기분이 말야.”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납덩이 같은 긴 침묵 끝에 나는 어렵사리 한 마디를 끄집어냈다. “그, 근데 왜 나랑… 왜 나한테…” “복수하고 싶었어. 그 동안 내가 살아온 걸 생각하면 산 채로 네 아버질 씹어먹어도 모자라. 그래서 너한테… 네 아버지가 자기 목숨보다 아끼는 자식한테 복수를 하고 싶었어. 네가 나한테 미치게 만든 다음 괴로워하는 모습을 네 아버지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그보다 더 처절하고 확실한 복수는 없을 테니까…” “이, 이런 미친…!” “그래, 나 미쳤어. 아버지처럼 믿었던 사람한테 그런 짓을 당하고, 지난 10년간 개처럼 살아온 나야. 어떻게 제정신일 수가 있겠어?” 누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근데 왜… 왜 벌써 그 사실을 밝힌 거야? 아직 제대로 복수를 한 것도 아니면서…”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누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모든 게 무의미하고 귀찮아졌어. 이제 와서 복수 같은 거 해봐야 나한테 무슨 득이 되겠니? 대신 이 집에 머무는 동안 너랑 열심히 즐기기로 마음먹었어. 실은 나… 네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거든.” 누나의 말을 믿긴 힘들었지만 더 이상 반문할 수는 없었다. 내겐 아버지와 누나의 추악한 과거보다는 누나를 향한 내 현실적인 욕정이 더 중요하고 가까웠던 것이다. 재빨리 감정을 추스른 나는 앞으로 다가가 누나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