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지다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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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홍리나. 내 인생에 남자는 없을 줄 알았다. 평생 뇌리에 박힌 부친의 말씀대로 조국을 위해서 살았고 조국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내놓았기에 자의든 타의든 포기해야 했고 내려놓아야 했다. 텅텅 빈 가슴을 부여잡고, 망가진 몸을 끌어안고 철옹성에 가둔 채 그리 살아왔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살아야만 친구를 희생하면서까지 건진 이 구차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한데 자꾸만 눈에 밟힌다. 아무리 시선을 외면하려 해도 그가 보인다. 깐죽거리고, 사람을 웃게 만들고, 돌아보면 언제나 등 뒤에 서 있는 그의 존재가 왜 이다지도 심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지. 무시하려 해도 되지 않음에 심장이 아프다. 다가오는 그를 막지 못함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그를 난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내 이름은 고바다. 고씨 집안 막내로 태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 살아왔다. 가문을 이어 갈 부담도, 장자를 낳을 의무도 없기에 자유로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리 살았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것.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질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 그녀를 위해서 강해질 것이다. 더 이상 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유로웠던 영혼을 묶을 것이다. 나 고바다는 홍리나를 위해서 그리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 유일한 길이니까. [본문 내용 중에서] “보여 주고 싶었어. 당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말이야.” “난…….” 복도 형식으로 만들어진 전시관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듯 길고도 길었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 그리고 중간 중간 자리한 조형물을 보면서 리나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말았다. “이건…….” 너무 놀라 걸음을 멈춘 리나는 한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동공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 사진을 찍은 거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겨우 억누른 리나가 창백한 얼굴로 바다를 쳐다보며 묻자, 그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침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뭐, 뭐라고?” “그 연설 현장에 나도 있었다고.” “어떻게…….” 정확하게 관자놀이를 관통한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져 있자 리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이자의 죽음으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웃게 됐어.” “당신이라는 남자…….” 마른침을 꿀꺽 삼킨 리나는 바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대체 당신 누구야? 대체 누구기에 이런 극비까지 알고 있는 거야?” “리나야…….” “알고 있잖아, 그치? 그래서 오늘 나 보고 이곳에 오라고 한 거고. 맞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그녀를 꼭 안아 주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린 바다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거 놔.” “잠시만 네 심장 소리 좀 듣자.” “왜 오라고 한 거야?” “고통 받지 말라고.” “안 받아.” “어제도 울었어.” “그건…….” “아니라고 변명하지 마. 어제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너 많이 울었어. 미안하다고, 구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울었어.” “그건 내가 리더니까…….” “그런 변명 따위 나한테 통하지 않아.” “놔!” “리나야!” “그렇게 부르지 마.” “난 이제부터 평생 널 이렇게 부를 거야. 최대한 부드럽게 널 부르고 또 부를 거야. 네가 아파하지 않을 때까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체념한 듯한 리나의 말에 바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90%선까지.”

About the author

필 명 : 휘란투투 좌 우 명 : 하면 된다. 서 식 처 : 피우리넷 ‘천공’ 카페. 바라는 점 : 내가 쓴 글들이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출 간 작 {바다의 여인}{눈물}{사랑은 움직이지 않는 거야}{열기 속으로」 {얼음꽃}{두개의 시선}{당신을 사랑합니다}{문주의 여인}외 다수 연 재 글 {붉은 꽃}{poss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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