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읽기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과 현대적 번역
한글세대를 위한 우리 시대의 ‘동문선’
우리 고전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안대회, 이종묵, 정민 등의 중견 학자를 비롯해 이현일, 이홍식, 장유승 등의 신진 학자들이 참여한 선집이다. 선인들의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 지혜가 스민 우리나라의 고전 한문 명문 중 현대인에게도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감동을 주는 글들을 가려 뽑아 현대어로 옮기고 풀이했다. 한 권당 일곱 편씩 번역문과 해설, 원문을 함께 실어 구성했으며 매달 세 권씩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70권의 표제작인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사람을 위하여」는 고려 후기의 문신 백문보가 같은 해의 과거 급제자였던 윤택에게 써 준 글이다. 과거에 붙었을 때 백문보는 열여덟, 윤택은 서른두 살이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벼슬자리를 얻게 된 윤택을 두고 주변에서는 늦었다고 했지만, 그는 그동안 쌓아 온 학문을 빛내 곧 현달하게 되었다. 백문보는 이러한 윤택의 자취를 다른 나무보다 늦게 자라지만 꽃과 열매가 금세 무성해지는 밤나무에 빗대서, '느린 것이 장래에 반드시 빨라지는' 『주역』의 이치를 논했다. 한편 같이 실린 이달충의 「움직이지 않는 움직임」은 백문보가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지 못하던 때 『주역』 의 괘를 풀이하며 용기를 북돋운 글이라 흥미롭다.